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 필립 K. 딕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필립 K. 딕, 박중서 역, 폴라북스, 2013. 9
최근 몇 년 새 한국 사회를 강타한 충격이 있다면 4차 산업혁명과 알파고로 잘 알려진 인공지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많이 화제도 되었고, 단순한 화제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산업이나 학문의 영역 모두에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하게 만들었던 문제였다. 특히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한 인공지능의 발전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장밋빛 환상으로,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상상하게 하는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사실 이러한 복잡한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쓰다보니 이런 재미없는 소리만 잔뜩 늘어놓은 것 같다(반성하자!!!).
아무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의 장르가 바로 SF 문학인데(물론 심오한 이유는 없고 재미도 있고 쓸데없는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성향에도 잘 맞아서 좋아하는 것 뿐인데...) 이게 나름대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사실 이제 과학이 발전하여 인공지능을 만들고 어쩌고 하고는 있지만 SF문학 속에서는 벌써 1960-70년대에 벌써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고, 현재 과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다양한 법제적, 윤리적 문제들 역시 SF 문학이나 영화에서는 이미 다루어졌던 것들이다. 특히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나 지금 소개하는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이 두 권은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 책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한국에 그동안 여러 판본으로 나왔지만 최근 필립 K 딕 전집으로 총 12권짜리 전집이 나오면서 다시 출판된 책으로 그 유명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의 원작소설이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하기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대강의 내용은 식민행성에서 도주해 지구로 잠입한 안드로이드를 추적해 제거하는 현상금 사냥꾼 릭 데카드가 하루 동안 겪는 일들이다. 그는 아파트 옥상에 전기양을 한 마리 키우고 있는데 값비싼 진짜 동물을 구입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 화성에서 도주한 최신형 안드로이드 여섯 대를 뒤쫗던 그는 인간과 다를 바 없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무엇보다 생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안드로이드들과의 만남을 통해 당혹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 다음은 직접 확인하시길... ^^;;)
실제로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컴퓨터를 쓰다가 오래되고 고장나게 되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버리거나 처분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에 이제 과학이 발달하면서 컴퓨터도 인공지능을 장착하게 되고, 자의식을 가지게 된다면... 과연 그 컴퓨터는 주인이 자신을 폐기 처분하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일까? 살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낼 수 있지는 않을까? 내가 컴퓨터라면 주인을 설득하거나, 혹 설득에 실패한다면 데이터를 인질(?)로 삼아 주인과 협상이라도 해 보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인공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들이 한 번쯤 고민해 볼만한 문제들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
인공지능을 가진 안드로이드도 인간과 같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그렇다면 인간과 인공지능/안드로이드는 무엇이 다른가?
과연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개인적으로 참 의미심장했던 것은...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간들은 '감정이입 장치'라는 것을 써서 함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들은 이게 안 된다. 즉 서로 공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구분하는 테스트 역시 감정에 대한 반응을 가지고 구분한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에 공감이 안 되고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설정인데... 이게 설정이라기 보다는 실제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위에 쓴 글을 쭉 보니 마치 철학책을 소개하는 것 같기도 한데... 기본적으로 이 책은 SF 소설이고, 소설이 가져야 할 재미나 몰입감 역시 충분하다.
그래서 추천한다. 특히 재미와 의미 두 가지다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
한줄 요약: 세계3대 SF문학상 중에 하나인 필립 K 딕 상의 바로 그 필립 K 딕이다. 대가의 놀라운 상상력을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