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구석 미술관 - 조원재

betterthani 2018. 12. 2. 13:14



방구석 미술관 

조원재, 블랙피쉬, 2018. 8


최근 출판계에 새로운 흐름이 있다면 책으로 기획이 되지 않은 것이 책으로 출판되어 나오는 것일 것이다. 

즉 강연 프로그램이나 강의의 내용을 책으로 내거나, 유튜브나 팟캐스트 방송의 내용을 책으로 묶어 내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할 경우 출판사는 특별한 홍보 없이도 책을 알리거나 판매할 수 있고, 또 독자들 역시도 어느 정도 검증된 컨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늘 소개하는 이 책도 원래 책으로 기획되고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팟캐스트 방송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책 소개로는 팟캐스트 미술 분야 1위의 방송이라는데 팟캐스틑 전혀 듣지 않으니 그냥 그런가보다 할 뿐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우선 이 책은 우리가 잘 아는(최소한 들어본) 유명한 화가들의 삶과 미술 세계를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아무 부담없이 술술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특히 방송 컨텐츠 답게 사람들을 낚는(?) 기술이 굉장히 뛰어난데... 각 챕터의 제목을 대강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01. 죽음 앞에 절규한 에드바르트 뭉크사실은 평균 수명을 높인 장수의 아이콘?

02. 미술계 여성 혁명가 프리다 칼로알고 보니 원조 막장드라마의 주인공?

03. 나풀나풀 발레리나의 화가 에드가 드가알고 보니 성범죄 현장을 그렸다고?

04. 전 세계가 사랑한 영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사실은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겼다고?

05.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그림 '키스'의 구스타프 클림트사실은 테러를 일삼은 희대의 반항아?

06. 19금 드로잉의 대가 에곤 실레사실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순수 지존?

07. 자연의 삶을 동경했던 폴 고갱알고 보니 원조 퇴사학교 선배?

08. 그림은 아는데 이름은 모르는 에두아르 마네사실은 거장들이 업어 모신 갓파더?

09. 로맨틱 풍경화의 대명사 클로드 모네알고 보니 거친 바다와 싸운 상남자?

10. 사과 하나로 파리를 접수한 폴 세잔알고 보면 그 속사정은 맨땅에 헤딩맨?

11. 20세기가 낳은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알고 보면 선배의 미술을 훔친 도둑놈?

12. 순수한 사랑을 노래한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사실은 밀애를 나눈 또 다른 사랑이 있었다?

13. 최초의 추상미술을 창조한 바실리 칸딘스키알고 보면 최강 연애 찌질이?

14. 현대미술의 신세계를 연 마르셀 뒤샹알고 보니 몰래카메라 장인?


이렇게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마치 요즘 포털 사이트의 기사 제목 뽑듯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제목들로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그런데 기사 제목과는 달리 실제 각 장의 내용들은 이러한 제목들을 통해 생긴 궁금증을 충분히 풀어준다. 사실 나도 이 책을 통해 유명한 화가들의 뒷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 특히 반 고흐가 '녹색 요정'이라 불린 '압생트'라는 술에 중독되어 있었고, 그 결과 압생트의 주원료인 황쑥 때문에 황시증에 걸렸다는 사실은 처음 들었다. 덕분에 고흐는 모든 대상을 샛노랗게 보게되었고, 그렇게 강렬한 노란 색을 그의 그림에 녹여 내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미술관을 가도 재미없거나, 애인과 미술관 데이트를 가서 약간은 아는 체를 하고 싶거나, 미술의 세계와 역사에 대해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이라면 정말 첫 손가락으로 꼽아 추천할 만한 책이다. 일단 재미있고, 또 재미있다. 게다가 중간에 그림도 많으니 그야말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물론 피카소와 마티스를 그냥 한 장에 합쳐서 소개한 것이나 조각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는 등 약간 아쉬운 점도 있기는 하지만 미술에 입문하기 원하는 초심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한줄 요약:  아는 사람만 아는 미술계 뒷담화... 뒷담화는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