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책 읽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 중에 일 년에 200-300권의 책을 읽어내는 heavy reader들도 있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 중에 하나다. 물론 이건 어마어마한 수치다. 지난 2012년에 발표된 조사에 의하면 지난 12개월 간 1-5권의 책을 읽으면 light reader, 6-20권을 읽으면 moderate reader, 그리고 21권 이상을 읽으면 heavy reader라고 한다. 그러니 일 년에 수백 권의 책을 읽는 사람들은 최상위 등급의 독서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참 book러운 독서가다(아 왜 book러운 이냐고? 부끄러운을 좀 '책'스럽게 쓴 거다. 내 맘이니 딴지 걸지는 마시길).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 Colin Beavan이 이야기하듯 이제는 자기 계발이 아닌 상호 계발의 시대인데 난 그저 혼자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그게 아니라면 그저 나 혼자만의 지적 유희가 아닌가? 이런 생각으로 조금 book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냥 내가 읽는 행위의 결과물들을 조금씩 나눠보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게 또 book럽다. 나는 글을 진짜 못 쓴다. book러운 글을 나누지 않을까 생각하기 두렵기도 하고... 아무튼 book럽다.

생각해보니 book러운 게 또 있다. 난 사실 만화책도 좋아한다. 내가 읽는 책의 권수에는 만화책도 들어간다. 이리저리 읽는 가벼운 책을 빼고 나면 나의 읽기는 그저 book러운 수준이다. 서재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수많은 양서들의 눈에 나는 그저 book러운 독서가이다. 그들에게는 항상 빚진 마음이다. 그저 죽기 전에는 다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렇게 book러운 게 참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지극히 긍정적인 마인드로 나의 읽기를 정리해 나가려 한다. 좋은 책들, 내가 많이 빚진 책들을 주로 나누겠지만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피했으면 하는 책도 올려보겠다. 누구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또 누가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면 그것도 또 book러울 것 같다. 서로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하자.

오늘은 여기까지!
(feat. a.k.a. 영국남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