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나무의마음, 2018.9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김제동이 맞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방송인, 사회자, 진행자, 혹은 개그맨(?)인 김제동 씨가 의외로 몇 권의 책을 낸 작가라는 사실은 그렇게 의외다 싶은 생각이 안 든다.
원래 방송 진행할 때도 촌철살인의 멘트와 뼈 때리는 명언들을 쏟아냈던지라 그가 글을 썼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된다.
하지만 주제는 좀 의외다 싶다. 정치, 그것도 우리 나라 헌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가 헌법 학자와 같이 법률을 전공하거나 한 사람이 아니기에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이 책의 장점이 되기도 한다. 즉 정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내용으로 우리나라 헌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냐? 질문한다면 뭐 고민하기는 하겠지만 대체로 그렇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민주주의가 어떤 수준이냐 하는 질문에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형식적이고 제도적인 면에서는 어느 정도 민주주의의 모양새를 갖추어 가고 있지만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의식의 수준이나, 정치인들의 자질과 같은 실질적인 차원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싶기 때문이다(여기에 대한 해법은 뭐 별 게 없다. 교육하고 계몽하고 하는 식으로 인식의 확장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적절한 역할을 한다).
물론 그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제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국정농단 사태가 있은 후, 우리 사회는 정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사실 정치에 염증을 내거나 하지 않고 반대로 관심을 가지게 되어 너무나 다행스럽다). 그래서 전문가나 지식인, 학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 심지어 청소년들까지 쉽게 읽을 수 있는 정치 관련 교양서적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 그 중에 이렇게 특별한 주제, 즉 '헌법'이라는 주제 하나만을 가지고 정치 이야기를 한 책은 많지 않았다. 이런 의미에서도 이 책은 나름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책에는 김제동씨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중에는 에드윈 케메론이나 알비 삭스와 같은 남아공 헌법 재판관들도 있지만 그가 시위 현장에서 만난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 친구와 선후배, 그리고 푸릇푸릇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이게 참 마음에 든다. 즉 작가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것을 자신의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그 말이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원래 김제동씨의 진행 스타일도 약간 이런 면이 있기 때문에 뭔가 사람이 한결같다는 느낌이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헌법에 무슨 내용이 들어 있는지 조차 모른다... 헌법 전문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다... 하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일독을 권하고 싶다.
민주주의의 주권자로서 민주주의가 작동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가 정리되어 있는 헌법을 모른다는 것은, 집을 사놓고 그 집문서를 남에게 맡겨 놓은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집문서 없이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처럼, 헌법도 모르면서 민주주의의 주권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참 쉬운 책이고(그래서 구입을 권하기는 약간... ㅡㅡ;;) 생각할 거리를 제법 던져주는 책이다.
방학에 책 한 두 권 정도는 읽어야지 생각하는 대학생들이나, 출퇴근 길에 스마트폰을 보다 눈이 아프다 느낀 사람이나,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시민으로서 기본적인 교양을 갖추어야 겠다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한줄요약: 딱 김제동스러운... 헌법 독후감!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구석 미술관 - 조원재 (0) | 2018.12.02 |
---|---|
우리가 꿈꾸는 나라 - 노회찬 (0) | 2018.10.03 |
생각 수업 - 박웅현 진중권 고미숙 장대익 장하성 데니스 홍 조한혜정 이명현 안병옥 (0) | 2018.09.03 |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 이주윤 (0) | 2018.07.21 |
오늘 뭐 먹지? - 권여선 (0) | 2018.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