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최승범, 생각의힘, 2018.4


같은 남자로서 참 많이 은혜(?) 받은 책이다. 

내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저자의 전략과 전술 때문에 그렇다. 


저자인 최승범씨는 (저자 소개에 따르면) 현재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남자 선생님으로 학생들은 물론 주변의 남자들에게 페미니즘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저자도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경험 때문인지 이 책은 누구나, 심지어 페미니즘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마초남이라 할지라도 마음을 열고 읽게 된다. 어떻게 하냐고? 이 책은 누구나 부정할 수 없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바로 어머니...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아오다가 자신을 잃어버린 어머니... 사실 한국의 남자 중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이렇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페미니즘은 몰라도 어머니의 희생적인 삶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그러한 어머니 서사에 더해 저자는 묻는다. 과연 이게 정상적인가? 라고...  


또한 저자는 학교 현장에서 페미니즘을 전파하고 동지들을 규합하기 위해 노력할 때도 결코 공격적이거나 무리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학교에서의 내 모습을 '프로불편러'로 상상한다. 강한 신념으로 똘똘 뭉쳐 페미니즘 전파 의지를 불태우며 학교 곳곳에서 투쟁할 것 같다고 예상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매우 은근하게, 슬며시 이야기 한다. 연애 시절 아내의 손을 잡고 싶어 마음을 졸였을 때만큼이나 남학생들에게 페미니즘 얘기를 꺼낼 타이밍을 잡는 게 조심스럽다..." (p. 151)


그리고 최규석의 <송곳>에 나오는 다음의 대사를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옳은 사람 말 안 들어. 좋은 사람 말을 듣지..."

이런 대사를 늘 기억하며 학생들에게, 또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그래야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 줄테니 말이다. 


나는 한국의 그리스도인이 조금 이런 태도들을 배웠으면 좋겠다. 

조심스럽고, 배려하면서...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기를 먼저 힘쓰고... 

삶도 전혀 뒷받침이 안 되면서 "예수 천당, 불신 지옥!" 하는 건 정말 별로다!


아무튼 이 책의 내용은 그렇게 깊이가 있거나 광범위하거나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페미니즘 책보다 간결하고 실제적이다. 

본문 기준으로 200 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책이니 마음 편하게 먹고 일독해 보시길 권한다. 


책 마지막에 나오는 남페미를 위한 커리큘럼은 그동안 나온 여러 페미니즘 도서들 중 추천할 만한 책을 저자가 나름대로 정리해 놓은 것이다. 

이 책으로 페미니즘에 입문해 볼까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저도 남자고, 페미니스트가 되려고 노력중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한줄 요약: 개념남이 되고 싶다면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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