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의 품격
최서윤, 웨일북, 2017.11
인간이라면 차별과 혐오, 불평등과 불공정의 감정을 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불편한 감정이 생겨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불편함이 있으면 그것을 표현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그동안 불편을 표현하는 일이 쉽지도, 또 정상적이지도 않았다.
뭔가 바르지 못함을 깨달아 불만을 제시하면... 뜬금없이 "예의없다" 혹은 "건방지다"는 말이 돌아오기 일쑤이고, 거기에서 더 나가면 "요즘 애들은..."에서 "우리 때는..."으로 이어지는 콤보 공격을 당하게 된다. 아~ 생각만 해도 짜증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상적인 불편함의 소통이 훈련되고 연습되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이 마음껏 반감을 표시할 수 있는 곳에서는 외모비하에서 시작해서 각종 혐오발언과 패드립까지 정말 자기 마음대로 배설(?)한다.
이 책은 이러한 한국 사회가 조금은 나아졌으면 하는 의도에서 쓰여진 책이다.
"우리에겐 '품격 있는 불만'이 필요하다. 나 위주로 판단하지 않고 타인을 위하는 경청의 자세. 자신의 불만을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해소하지 않는 태도. 예의 없는 자들에게 웃음과 재치로 맞서는 기술. 자신을 지키면서 사회의 변화를 추동하는 실천. 나는 불편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위계가 아닌 '품위(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를 바란다" p. 8
아무튼 젊은 세대나 혹은 여성들이 읽으면 개사이다(!)라고 할 정도로 통쾌함과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문제는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아마 읽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정재승 교수가 추천사에서 이렇게 일갈한다. "통쾌한 울림이 많아 젊은이들과 여성들이 크게 공감하겠지만, 정작 읽어야 할 독자는 한국 남자 어른들이다."
아멘!!!
일례로 개사이다 한 구절 소개한다.
"청년이 아쉬울 것 없도록 국가가 보장하는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이제까지 하던 대로 살면 도태될 것이라고, 그렇게 살면 비위 맞춰줄 청년은 더는 없을 것이라고 확실히 느끼도록 만들고 싶다. 이런 변화를 촉구하는 현실을 갈망한다. 적은 양질의 일자리, 높은 경쟁률, 높은 생활비용, 미비한 사회 안전망 등의 사회문제 해결이 그 첫 걸음이다. 꿀알바의 범람, 청년 기본소득의 지급과 실업급여 지급 대상 및 기간의 확대 같은 현실의 변화를 상상한다. 어떤 꼰대들은 이런 변화로 인해 청년들이 '건방져질까 봐' 걱정하던데, 이들이야말로 이미 한껏 건방져서 인생 편히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진짜 이 책은 이 땅의 모든 꼰대들... 그리고 자신이 꼰대인 줄도 모르는 이들에게 강제로라도 읽혀야 한다.
누가 그런 법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한줄 요약: 품격있는 불만 소통론! 한국의 남자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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