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진보를 상상하라
마크 릴라, 필로소픽, 2018.6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모든 실패가 저절로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아니다.
그 실패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하고, 다시는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뼈를 깎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마크 릴라가 지은 이 책은 2016 미국 대선에서 실패한 민주당의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이제 진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정리한 책이다.
사실 미국의 지식인들과 진보 진영에서는 지난 대선의 패배를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어 했다.
여성혐오, 인종차별, 언론무시 등등 도덕성과 고결한 성품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는 괴짜 초보 정치인에게 패했다는 사실 자체가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마크 릴라는 진보의 실패가 이유 있었다고 주장한다.
첫째, 진보 진영은 그동안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하는 정치 세력을 구성해 그들의 이익과 관점을 대변하는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정치적 접근이 역으로 진보의 전통적 무기였던 연대, 공동체, 공적 의무 등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둘째, 진보 진영은 제도 정치보다 운동 정치에 더 신경을 썼다. 우리 나라 진보 진영에도 가끔 이러한 모습이 나타나는데 변화를 주장하는 운동에는 신경을 쓰지만, 오랜 시간 사람들을 설득하고 포용하고 일을 진행시켜 나가는 제도적 정치나 정당 정치는 소홀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운동 정치의 그 어떤 성취도 제도 정치를 통해 무효화 될 수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철칙이다. 반대로 제도 정치의 성취가 운동 정치를 통해 무효화되는 것은 민주주의의 철칙이 아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미국을 개혁한 운동들은 많은 것을 해냈고 특히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변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어쩌면 이것이 무릇 운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운동은 이루고자 하는 구체적인 정치적 목적을 혼자 이뤄낼 능력이 없다. 운동은 운동의 목표에 공감하지만 기꺼이 느리고 끈기 있게 선거 운동을 벌이고 법안을 만들고 협상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고 관료들을 감독하면서 법이 집행되는지 감시하는 시스템 정치가들과 공직자들을 필요로 한다" (p. 113)
이와 같이 진보의 패배 이유를 정체성 정치에서 비롯된 공동체 의식의 퇴조와 정치의 파편화로 분석한 저자는 그 대안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시민으로 하나되기와 공동체 의식 복원을 위한 시민 교육
둘째, 제도 정치와 민주적 설득
사실 마크 릴라의 이 책은 6.13 지방선거에서 진보(나는 합리적 보수라 생각하지만) 진영이 승리한 한국의 상황에서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게 된 것이 민주당의 패배일수도 있지만 반대로 진보전성시대의 출발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진보가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된다면 오히려 새로운 진보의 시대가 열릴 것이고 그게 세계 정치 흐름을 또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저자의 이야기는 한국의 상황에 아주 적실하다.
박근혜 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오히려 진보 진영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을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했을 때, 이번 지방선거의 패배가 보수 진영을 다시 재정비하게 하고 정신차리게 할 수도 있다.
바라기는 진보 진영이 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더 나은 진보를 만들어 가고...
무엇보다 보수 진영은 자신들이 뭐가 잘못되었는지도 몰랐으면 좋겠다.
물론 시민들은 더 연대하고, 인내하며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지난한 과정을 견뎌야 할 것이다.
한줄 요약: 진보가 이렇게 되면 안 되겠다 하는 반면교사... (그러나 돈주고 책을 사기는 약간 아쉬운 듯... 이 리뷰의 내용의 거의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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