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지? - 권여선 음식 산문집
권여선, 한겨례출판, 2018.5
직업상 윤리(?) 때문에 술을 가까이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 사회와 문화에는 술과 관련된 것들이 참 많고, 술이 들어가야 뭔가 그림이 나오는 것들이 있다.
그렇다보니 문학 작품 가운데도 술 이야기나 술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런 장면들을 읽을 때마다 입맛을 다시며 '직업을 잘 못 선택했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참 힘들었던 소설집이 있었다. 2016년 출간된 "안녕 주정뱅이"라는 작품이다.
바로 "오늘 뭐 먹지?"를 쓰신 권여선씨가 쓰신 작품인데 (이 책을 통해 작가는 '주류(酒類) 문학의 위엄'이라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그 작품을 읽으며 술 생각이 참 많이 났다.
그렇게 날 힘들게했던 저자가 작심하고 쓴 음식 에세이가 바로 이 책이다.
그런데 omg...
이 책은 더 힘들다.
일단 음식 좋아하는 나에게 쥐약 같다.
음식 먹는 방송을 '먹방'이라 하니 이 책은 '먹서'라고 해야 하나...
봄, 여름, 가을, 겨울에 환절기까지 더해 각 철마다 즐길 수 있는 음식들의 이야기로 가득한데...
저자의 글빨(?)이 워낙 장난이 아니다 보니 보는 내내 음식에 대한 유혹들로 입에 항상 침이 고인다.
"라일락 꽃이 필 때면 나는 순댓국이 먹고 싶다. 우리 동네에도 순댓국을 아주 잘 하는 집이 있다... 나는 가끔 혼자 가서 순댓국을 시켜 먹곤 한다. 들깨가 듬뿍 든 순댓국에 새우젓을 넣어 간을 맞추고 돼지 귀, 오소리감투, 애기보 등을 먼저 건져 먹는다. 시원하고 달달한 깍두기에 갓 무쳐낸 배추 겉절이가 입맛을 돋운다. 매운 땡초를 된장에 찍어 먹고 뽀얀 순댓국 국물을 훌훌 떠먹으면 뇌수가 타는 듯한 쾌감이 샘솟는다. 거기에 소주 한 병을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pp. 25-26.
순댓국을 먹으면서 뇌수가 탈 건 또 뭔가...
하아... 정말 눈 앞에 음식이 아른아른 하는 책이다.
게다가 말이 음식 이야기지... 술 이야기가 또 차고 넘친다.
사실 음식 산문집이 아니라 안주 산문집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읽으면서 참 속상한 책이다... ㅠㅠ
한줄 요약: 음식 이야기를 가장한 안주들의 성찬! 배고픈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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