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강상중 저, 노수경 역, 2017.3
반양장본 | 184쪽 | 188*128mm (B6) | 208g | ISBN : 9791160940480
...
나는 개인적으로 어려운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아... 다들 그러려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인데도 어렵게 하거나 반복해서 읽거나 들어야 겨우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대하게 되면 많이 짜증이 난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쉽게 전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타자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만큼 그 주제에 대해 공부하거나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글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쉽게 읽히는 책을 만나면 참 좋다.
저자의 차가운 지성이 따뜻한 마음과 함께 전달될 때 나도 마음을 열고, 설득당할 준비를 하며 책을 읽는다.
......
요즘 뉴스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끔찍한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기에 뉴스를 접할 때마다 긴장으로 마음이 두근두근한다.
도대체 사람은 왜 이렇게 악한 것일까? 세상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왜 악한 사람 때문에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상실의 아픔을 겪어야 하는가?
이러한 주제들이 쉬워 보이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무거운 주제들을 저자는 특유의 담담하고 다정한 말투로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저자인 강상중 씨의 책은 "구원의 미술관" 이후 두 번째 책이다.
이전의 책에서와 같이 저자는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으로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지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펼쳐 보인다.
- 악의로 가득한 세상
- 악이란 무엇인가
- 왜 악은 번성하는가
- 사랑은 악 앞에서 무력한가
이렇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된 본 책에서 저자는 악이란 무엇이고, 왜 그 악이 번성하는가에 대해 자신의 이해를 그레이엄 그린, 토마스 만, 밀턴, 윌리엄 골딩, 소세키(발음에 주의하자!) 등의 목소리를 빌려서 들려준다. 그러나 이 책의 백미는 '사랑은 악 앞에서 무력한가'라는 질문을 다룬 제4장의 내용이다.
사실 비판하는 것은 쉽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 지적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비판자가 된다. 그에 비해 대안을 제시하고 해결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대안은 찾아보기 어렵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악이 존재하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악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은 악의 기원과 그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물론 그 해결책에 대해서도 오랜 시간 고민해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그리고 이 꿈은 이해에 더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세상과 사람에 대한 소망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만 꿀 수 있는 꿈이다).
......
세상과 자기 안에 있는 그 모든 악과 타락을 대면하고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자신을 사랑하는(p. 159) 이 기적과도 같은 일이 실현될 때 우리는 이 악의 시대를 건널 수 있을 것이다. 절망 속에서도 타자와 함께 살아가기를 선택하고 악의 연쇄를 인간의 연쇄로 바꾸어 가기를 소망하는 그러한 사람들에 의해 이 사회는 회복되어 갈 수 있을 것이다(p. 168).
......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아니면 읽었다... 기억이 안 난다. ㅈㅈ).
낙관주의와 소망은 전혀 다른 것이다.
낙관주의는 상황이 긍정적일 때 가지는 것이지만, 소망은 상황과 상관없이 가지는 것이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사회에 대한 소망을 가질 수 있다.
그러한 소망을 품은 사람들이 함께 손을 맞잡고 걸어갈 때, 이 삭막하고 어두운 세상은 조금 더 살아갈 만 한 세상이 될 것이다.
어떤 모양이든 믿음을 품은 사람이라면 그 믿음에 더해 이 소망을 품었으면 좋겠다.
내 맘대로 평점: 별 다섯. 닥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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