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동아시아, 2017.9
양장본 | 320쪽 | 210*148mm (A5) | 538g | ISBN : 9788962621952
해마다 연말이면 연례행사처럼 언론사에서 올해의 OO을 선정한다.
한 해 동안 울궈먹고 팔아먹은 것들 다시 한 번 어떻게 해 보겠다는 광고 의지가 전혀 없지는 않겠으나(특히 조선일보 이런 데는 심한 듯... 올해의 기업상 이런 느낌으로 아예 광고면을 특집으로 내더라...) 관심 분야에 이런 기사가 올라오면 반가운 마음으로 본다. 특히 언론사들이 나름의 추천위원을 선정해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 기사는 꼭 챙겨보는 편이다. 내가 편식하지는 않았는지... 나의 무지로 지나친 책은 없는지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런데 작년 2017년에는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다.
책 한 권이 각종 언론사의 추천 목록에 거의 다 들어갔을 뿐 아니라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경향, 동아, 문화, 중앙, 한겨레의 선택을 받았는데... 역시 조선은 선택하지 않았다. 역시 조선이다)
그 책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고려대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다.
병의 원인을 찾는 역학자(epidemiologist)로서 저자는 특히 사회적 경험이 어떻게 우리의 몸에 스며들어 병이 되는지를 추적한다.
고용불안, 차별, 혐오, 가난, 참사 등 인간이 감당해 내기 어려운 육체적, 심리적 고통은 정말로 인간을 병들게 하고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저자는 선행 연구의 데이터와 함께 저자 자신이 수집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가지고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다. 그리고 그러한 분석들을 통해 사회적 원인으로 인한 질병은 결국 사회적 해결책을 통해서만 치유가능함을 보여준다.
사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꽤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데이터... 연구... 분석... 차트... 이런 것이 재미있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은 정말로 술술 넘어간다. 300 페이지가 넘는 책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들을 그 배경과 함께 이야기로 잘 풀어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가 이야기하는 숫자에는 따뜻함이 담겨 있다.
특히 이기심을 뛰어넘어 함께 살아가자고 손을 내미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저절로 흐르는 눈물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아마 올해 말에 2018년 올해의 책을 내 마음대로 선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조금 이른 생각이기는 하지만 1위 아니면 2위는 이 책이다.
추천점수: 100점,
내 맘대로 별점: 별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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