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어 생각한다

박한식, 강국진. 부키. 2018.4


정말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이제 2일이 채 남지 않았다. 

두 정상 모두 이제 싱가포르에 도착해서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민족의 앞길에 너무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순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종 매스컴에서는 북한 관련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관점에서 이 회담과 북한을 해석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특히 기사에 달려 있는 댓글들을 보면 가관이다. 기본적인 소양은 물론 아무 생각도 없어보이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그런데 언론사들의 기자들도 그렇고, 그 기자들이 언급하는 전문가들도 그렇고 정말 이들이 진정한 전문가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약간 의구심이 든다. 특히 한 두 명의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마치 전문가의 절대적인 의견인 것처럼 옮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더더욱 의심이 든다. 사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 그냥 평범하게 살던 사람이 우리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간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대한 전문가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 나라 사람보다는 잘 알겠지만, 우리가 살면서 제한적으로 접한 정보와 경험만으로 이야기하는 것일텐데 전문가 행세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은가 싶다. 특히 북한과 같이 철저한 통제가 이루어지는 국가에서는 한 개인이 국가 전반적인 정책이나 모습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누구의 의견을 통해 북한을 보는가 하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선을 넘어 생각한다"의 저자인 박한식 교수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아메리칸대학교에서 석사,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71년부터 2015년까지 조지아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쳤다. 조지아대학교에서 가르친 학생의 소개로 당시 조지아 주지사였던 지미 카터와 인연을 맺었고, 키터를 통해 덩샤오핑을 만났다. 덩샤오핑의 도움으로 37년 만에 평양 땅을 밟은 뒤로 50여 차례 평양을 방문하며 북한의 실상을 직접 보고 연구했다. 미국에서 북한 전문가로 인정받아 북한 관련 사안이 떠오를 때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CNN과 BBC를 비롯한 유수의 언론들의 인터뷰 요청을 받는다.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과 2009년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주선하였고, 남한.북한.미국의 비공식 대화인 ‘3자 간 트랙 II’ 대화를 추진해 ‘북·미 평화의 설계자’라는 별칭을 얻었다. 1995년 조지아대학교에 국제문제연구소를 설립하고 소장을 역임했으며,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예비 노벨평화상이라 평가받는 간디·킹·이케다 평화상을 수상했다.


이와 같이 이 책의 저자인 박한식 교수는 현재 생존해 있는 그 누구보다도 북한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그 동안 많은 한국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오해과 궁금증을 해소해 줄만한 정말 사이다와 같은 책을 (그것도 정말 이렇게 의미심장한 시기에) 출간하였다. 


이 책은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12가지의 궁금증과 오해를 인터뷰 형식으로 천천히 풀어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북한은 과연 붕괴할 것인가
두 번째, 미치광이 혼자 북한을 지배한다는 착각
세 번째, 선군정치는 군부독재와 같은 말이 아니다
네 번째, 북한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다섯 번째, 북한은 외국인 억류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여섯 번째, 대북 지원이 핵 개발을 도왔나
일곱 번째, 중국과 북한, 혈맹과 밀당 사이
여덟 번째,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보는 남북관계
아홉 번째, 북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열 번째, 분단의 비극, 안보의 함정
열한 번째, 통일은 곧 손해라는 생각에 관하여
열두 번째, 남북이 하나가 되는 길은 저 멀리에 있지 않다


특히 "북한은 과연 붕괴할 것인가" "대북 지원이 핵 개발을 도왔나"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보는 남북관계" "북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의 주제들은 정말 모든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한다. 그리고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의심하고 방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머리말에 나오는 저자의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다. 


"한반도에 전쟁이 다시 일어나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럼 전쟁이 없는, 전쟁 걱정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정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친구를 사귀려면 자주 만나 이야기도 나누며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때로는 시답잖은 수다를 떠는 것도 우정을 돈독히 하는 데 도움이 되지요. 처음에는 오해도 생기고 갈등도 생길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만들려면 포기하지 않고 상대방과 소통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은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뢰’가 있어야만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세상에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입니다. 신뢰라는 것은 대화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 대화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p. 10)

 

아무튼 최근 6개월 동안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 중 하나이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 평화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를 열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 


한줄요약: 그냥 읽어! 두번 읽어!!!


------ 아래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음(뭐 스포일러가 그렇게 중요한 책은 아니지만) 

혹시 책을 안 읽는 사람을 위해 책날개에 있는 12가지 주제에 대한 저자의 요약을 옮겨본다. 

(이거라도 꼭 읽었으면 좋겠다. 혹시 내용이 동의가 안 된다면 책을 읽으면 동의가 되리라 생각한다)


1. 남북 간의 대화와 협상을 포기하면 한반도의 운명이 주변 강대국들의 손에 떨어진다. 

2. 북한이 무너진다고 통일은 오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3. 김정은은 미치지 않았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생존을 위한 이성적인 사고의 결과다.

4. 북한에게 핵은 안전을 담보하는 보루이기 때문에 비핵화는 북한이 안전을 보장받아야만 가능하다.

5. 북한은 성경, 신학자, 목사, 신도로 이루어진 종교집단과 유사하다. 

6. 우리에게 인도주의적인 문제가 북한에게는 체제를 위협하는 정치적인 문제일 수 있다. 

7. 북한은 자존심을 중시한다. 인정과 존중의 제스처를 보내면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8. 중국은 북한과 혈맹관계이기도 하지만, 주체성을 위협하는 외세이기도 하다. 

9. 대북 지원은 '퍼 주기'가 아니라, 평화를 위한 '투자'다.

10. 평화로운 통일 없이는 전쟁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11. 통일은 남한에 손해가 아니다. 지리적 이점부터 지하자원까지 많은 경제적 이득이 있다. 

12. 동질화를 강요하면 갈등과 분쟁이 심화될 뿐이다. 차이를 이해하고 이질성을 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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