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사람들의 나라 - 세월호에서 미투까지, 어떤 억울함들에 대한 기록

최태섭, 위즈덤하우스, 2018.4


이 책의 저자인 최태섭은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잉여사회" "그런 남자는 없다" 등의 책에서 날카로운 안목으로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탐구한 젊은 사회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이다. 그런 저자가 젠더, 정치, 노동 문제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경향신문>, <시사IN>, <한겨레21> 등의 매체들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낸 책이 바로 이 책,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이다. 즉 저자는 한국 사회를 함께 살아가며 그 때 그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 왔고 그것들을 정리한 것 뿐인데 글을 쭉 읽으며 든 생각이 바로 "억울함"이었다고 한다. 


"억울함에 대한 책을 쓰려던 것은 아니었다. 특별히 억울함에 대한 글만을 모은 것도 아니다. 2015년 이후 써온 글들을 그러모았을 뿐인데, 억울함이라는 단어가 산맥처럼 솟아올랐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 억울함들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혹시 나의 마음속에서 꿈틀대는 저 덩어리들이 내 글에 들러붙은 것은 아닐까? 그러나 고개를 들어 주변을 한 번 둘러 보는 것만으로도 이 사회에 창궐하고 범람하는 억울함이 보였다. 이제는 이렇게 단언할 수도 있다. 억울함이야말로, 우리들의 시대정신이라고." (5)


나도 개인적으로 참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한국 사회는 참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해 내는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고 더 큰 문제는 그러한 피해자들을 더욱 억울하게 만드는 그런 상황이 자꾸 반복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한 세기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압축적이고도 급속하게 피해자들을 양산해 왔다. 학살, 전쟁, 색깔목이, 차별, 착취, 폭력 등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가해가 일어났다. 피해자는 대체로 돌을 던지기에 만만한 곳에 있었던 사회적 약자들이었고, 공정한 심판이나 변호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한국 사회가 이 피해자들에게 해온 가장 오래된 대접은 그들의 입을 틀어막고, 모든 것이 그들 자신의 잘못이며, 그럴 만하기 때문에 그들이 희생당했다고 몰아세우는 것이었다. 한국 사회의 크고 작은 피해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은 숨을 죽이고 스스로를 저주하며 살아야했다..." (8-9)  


2014.04.16 세월호 침몰

2015.05.20 메르스 감염자 발생

2015.11.14 대한민국 민중총궐기 개최

2016.05.17 강남역 여성 표적 살인 사건 발생

2016.10.29 박근혜 정권 타도를 위한 촛불집회 시작

2017.03.10 헌법재판소, 박근혜 파면 선고

2017.05.10 문재인 제19대 대통령 당선

2017.08.26 북한,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3기 발사

2018.01.29 서지현 현직 검사 법조계 내 성폭력 폭로

2018.02.06 최영미 시인 문학계 내 성폭력 폭로

2018.03.23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이러한 굴직굴직한 사건들이 지난 3-4년의 시간 동안 일어났다. 

그 중에는 벌써 '아... 그런 일이 있었지'라고 할만큼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진 사건들도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이러한 사건들의 흐름과 함께 정리하고 있다. 

(사실 위의 목록에는 없는 더 자세한 사건들도 있다. #메갈리아 #백남기 농민 사망 #군대 내 동성애 #적폐 청산 #비정규직 #욜로 #경북 지진 #미투운동... 등등 최근 한국 사회에 일어났던 여러 의미 있는 사회현상과 사건들을 바라보면서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하나씩 풀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이 책을 대학 신입생들이나 20대 초반의 청년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중학생으로 또 고등학생으로 학교 안에 붙잡혀 그저 대학만 바라보며 살아왔던 2015년~2018년이라는 시간동안 한국 사회에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한 사회학자의 냉철한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서 또 얼마나 많은 억울한 사람들이 생겨났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억울함만을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다. 
과연 억울함이 어떻게 해야 생기지 않을지... 그리고 어떻게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공정하지 않음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나름의 대안을 끊임없이 던진다. 

"우려스러운 것은 '피해자를 참칭하는 사회적 다수'라는 역설적인 존재가 더는 일부나 소수의 이야기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약자를 모욕할 자유와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모든 노력의 중지만을 의미하는 평등이 거의 모든 민주주의 세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 기만적 다수는 어쩌면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곁을 내어줄 수도 있었을 평범한 사람들이다. 부의 극단적인 편중, 무너지는 사회 안전망, 깨진 사회적 신뢰가 이들을 이기적이고 편협한 개인으로 만든 주범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닥쳐오는 불안을 너무나 손쉽게 약한 자들을 향해 밀어버렸고, 그 결과로 오늘날의 세계를 만드는 데 당당히 일조했다는 지점에서 이들은 공범이다. 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온전한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권력자들의 오랜 전략이다. 하지만 구조를 핑계 삼아 개인이 할 수 있는 문제까지도 모두 방기하는 것은 책임회피다. 구조와 개인 사이에 펼쳐진 황야에서 구원을 내려줄 존재는 '우리'뿐이다. 그러므로 필요한 것은 '뇌내망상'과 피해의식이 아니라 연대를 위한 공감과 상상력이다. 부디 작작 좀 하자" (172-173)

한 줄 요약: 재미도 있고, 내가 벌써 잊고 있었음을 깨달아 중간중간 소름끼치는 책! 더 이상 억울함이 없는 나라를 꿈꾼다면 일독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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