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문학동네 2018.6
드디어!!!
지난 2016년 가장 사랑했던 소설집인 "쇼코의 미소"의 최은영 작가님의 신작이다.
전작과 그 수도 똑같이 총 7개의 중단편 소설들을 모아서 한 권으로 묶었다.
사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쇼코의 미소"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 것이다.
좋다며 빌려준 사람도 많고, 심지어 사서 선물한 사람도 많다.
그래서 후속작품이 나온다 소식을 듣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개인적인 일로 약 2주간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이 책이 나온게 아닌가... ㅠㅠ
그래서 아버님댁으로 배송시켜 놓고는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벼르기만 하다가 이제야 허겁지겁 읽었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
'아 어떻게 이 사람은 이렇게 따뜻하면서도 슬프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사람의 섬세하면서도 여린 감정선을 따라 가는데 있어서 탁월한 재능을 가진 작가임에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작가의 이야기들은 어딘가 서늘하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최은영 작가의 이야기들과 그의 소설 속의 인물들은 더 큰 정황 속에서 오는 부조리함과 상처들 속에서 비틀거린다.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의 사회, 동성애, 삼교대의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간호사, 세월호 사건, 군대 내에서의 폭력 등 작가의 이야기들의 배경이 되는 사건들은 우리가 그동안 경험했던 사건이고 우리들의 역사였다. 그런데 작가는 우리가 그저 하나의 사건으로, 미디어 속의 기사로 접한 그 일들이 실제 숨을 쉬고 눈물 흘리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살아냈고, 몸으로 부딪혔던 시간들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 그 안에 삶이 있었지...' 이렇게 우리는 공감하며 다시 기억 속의 사건들로 돌아가 본다.
짧은 이야기들이라 줄거리를 대충이라도 이야기하면 스포가 될터이니
그저 직접 읽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소설은 고백이라는 소설인데...
이런 글이 나온다.
"그런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 나를 오해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이용할지도 모를, 그리하여 나를 낙담하게 하고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피조물에게 나의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싶은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이야기해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는 지도 모른다고 나의 신에게 조용히 털어놓았던 밤이 있었다" (209)
정말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들에게는 서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 줄 요약: 뭔가 "쇼코의 미소"가 떠오르지만 뭔가는 또 새로운 최은영 작가의 신작... 따뜻하지만 어딘가 서늘하고, 그립지만 혼자임이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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