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언제쯤 너그러워질까 - 삐딱한 목사의 서재

김기대, 삼인, 2018.8


책을 고르다 보면 제목에 꽂히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이 책이 그랬다. 어쩌면 그렇게 내 맘을 잘 표현했는지... 

기독교계가 쏟아내고 있는 혐오와 배제의 목소리들을 들으면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던 바람이 딱 책으로 형상화되어 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김기대 목사님이라고 들어봤는가?

나도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다(정말 저자와는 일면식도 없다).

현재 미국장로교 소속 평화의 교회 목사와 신학교 교수를 겸하고 있다는 저자 소개 외에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도대체 이 분이 누구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만큼 책의 내용이 환상적이다(정말 세상은 넓고 세상에 숨은 고수들이 많다!!!).


사실 이 책은 저자가 읽어 나간 책의 리뷰집처럼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리뷰보다는 저자의 생각을 담담히 적어가면서 그러한 생각과 공명하는 책의 내용들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즉 책에서 빌려온 생각들이 주된 내용이 아니라 저자의 생각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그 생각의 깊이와 넓이가 마치 잘 차려진 성찬과 같다.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 소개를 잠깐 옮긴다. 


루터가 성서를 번역(새롭게 해석)함으로써 기존 종교 지형에 파란을 일으켰던 것처럼, 김기대 목사는 ‘책 읽기’란 책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지금의 구체적 현실로 끌어내어 만나게 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감히 선언한다. ‘창조적 오독’ 속에 천 갈래 만 갈래 각자의 삶으로 흩어지는 텍스트가 책을 책으로 살게끔 한다는 것이다. 저자 특유의 이러한 독법으로 인하여, 이 책은 여느 서평집처럼 책만을 위해 바쳐지는 감상문이 아닌,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겪고 있는 아픔을 드러내기도 하고 치유하기도 하며 사유하기도 하는 총체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모두 다섯 가지 주제 아래 60여 권의 책이 다뤄진다. 1부와 2부에서는 신학과 신뢰를 잃은 지 오래된 작금의 한국 교회 자화상을 거침없이 그리면서 교회를 ‘증인들의 공동체’로 다시 세우고자 모색한다. 3부에서는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어려운 ‘대의(代議)’ 민주주의의 근본 한계와 대안을 깊게 성찰하고, 4부와 5부에서는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요즘 세태의 원인을 목회자의 관점에서 사유한다. 저자의 말마따나 ‘책이 없으면 견디지 못했을’ 깊은 좌절과 혼돈의 시대에서 저자를 ‘살게 해주었던 책들’, 그 책들이 꽂힌 한 목회자의 내밀하고 진솔한 서가를 만나보자.


이 책에 대한 유일한 고민은 이 책을 기독교 신간에 넣을 것인가? 아니면 별 다섯 개의 범주에 넣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 좋은 책이고 교회의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저자의 독서와 사유의 깊이가 상당하다보니 아마 이 책에서 소개되는 책들 중 대부분이 대중들에게 낯선 책들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 독서의 양과 삶의 경험이 부족한 20대에게는 어렵게 읽힐 수도 있고 이 책의 가치를 제대로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로 아직 사유의 깊이가 부족하고 삶의 경험이 일천한 사람들에게도 권한다. 

왜냐? 내가 그렇게 부족했으나 이 책을 통해 정말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다. 


한줄요약: 그냥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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