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즈데이북

코니 윌리스, 아작, 2018. 2


SF소설이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우주선? 외계 생명체? 인공지능? 로봇?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이러한 것들을 떠올릴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둠즈데이북"은 SF소설이라는 장르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위의 어느 것에도 들어가지 않는 전혀 새로운 SF소설이다. 

일단 한번 생각해 보자. 만약에 시간 여행이 가능해 진다면  어떤 사람들이 제일 좋아할까? 물론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의 이유로 좋아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더 이상 자료의 부족으로 고생할 필요도 없고, 유물이나 발굴하며 시간 낭비할 필요도 없다. 어떤 시대에 대해 연구한다면, 그저 그 시대로 가서 직접 경험하면 된다. 


이 소설은 바로 이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인 2054년 인간은 드디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한 여성 역사학도가 14세기 중세로 역사 연구를 떠나는 이야기이다. 물론 소설적인 재미를 위해 그냥 쉽게 과거를 갔다 오는 것은 아니다.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기술자가 '뭔가 잘못됐습니다' 이러면서 쓰러지고, 주인공인 여성 역사학도도 병에 걸려 쓰러지는 등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혹시라도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한 줄거리는 생략한다). 


사실 이 책은 코니 윌리스라는 1945년 생 할머니 작가의 작품으로 옥스포드 시간 여행 시리즈 중 장편으로는 첫 번째 소설이다.

(단편인 '화재 감시인' -> 둠즈데이 북 -> 개는 말할 것도 없고 -> 블랙아웃... 이 순서로 이어진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코니 윌리스라는 작가는 엄청난 수다로 유명한 작가이다. 사실 이 책도 1,  2권을 합쳐 총 900 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인데, 솔직히 저자의 수다를 조금만 제거했으면 500페이지 정도로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샆다(아무튼 이 어마어마한 말의 폭풍 때문에 이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수다의 벽을 넘어서기만 하면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펼쳐낸 중세의 삶과 죽음, 신앙과 공포,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초월하는 사랑과 헌신의 놀라운 이야기를 맛볼 수 있다(어떻게 보면 SF라기 보다는 오히려 역사소설에 가깝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1권의 감기몸살 이야기만 잘 넘어간다면 그 뒤는 완전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수작이다. 


코니 윌리스는 평생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로커스상 12회 등 SF 작가로서 받을 수 있는 대부분의 상을 받았는데, 이 책 역시 출간 즉시 휴고상과 네뷸러상, 로커스 상을 휩쓸었고, 아마존에서 선정한 '죽기 전에 읽어야 할 SF와 판타지 100선'에도 선정되었다. 뭐 나 같은 사람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만큼 상도 많이 타고 작가의 대표작으로 인정받는 그런 책이다. 


한동안 이런 저런 일들과 게으름 때문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했는데, 글을 자주 못 쓰니 아무 책이나 올리기는 더욱 주저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눈 앞에 밀린 여러 일들을 제쳐놓고서라도 꼭 올려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느꼈던 안도와 안타까움을 여러분들도 꼭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한줄요약: SF의 탈을 쓴 수다장이 할머니의 감동적인 휴먼드라마. 별점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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