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재미난 이야기라고 믿는 사람들을 위한 역사책
정기문, 책과함께, 2018.9
아주 재미있는 역사책이 나왔다.
무슨 책이냐 하면 역사 속에 나오는 재미있고, 황당한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사실 역사를 보다보면 지금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이 많이 나온다. 생각도 그렇고 문화도 그렇고 지금과는 너무나 다르기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그런 이야기들이 참 재미있다. 현재 군산대학교 사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아예 작심을 하고 이런 이야기들을 모아 누구나 쉽게 읽고 접할 수 있는 역사책을 출판했다.
1부인 상식 밖의 역사 이야기에서는 정말 우리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2부인 신과 함께 한 시간들에서는 종교와 미신과 연결된 이야기들을 모았다.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인류사를 가로지르는 편견과 억압의 역사들을 담고 있다. 정말 상상도 못할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고, (나도 꽤 책을 접했다고 생각했으나) 처음 접하는 이야기도 많았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말대로 허무맹랑하고 비상식적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그 사건이 일어난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그 맥락을 접하게 되면 그 사건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건이고, 당연히 그래야 했다. 참 신기한 책이다. 내 관점과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다른 사람이 살아온 삶의 흔적들을 따라가며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는 훈련을 하는데 참 좋은 책인 것 같다. 그러므로 요즘과도 같이 사람들의 의견이나 생각이 많이 갈라져 있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대에 참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특히 역사책이기 때문에 기독교에 대한 역사 이야기도 많이 다루는데 그 이야기 중에 정말 와 닿는 말이 있었다. 직접 저자의 음성을 들어보길...
기독교의 자선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4세기 로마 황제 율리아누스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기독교를 사악한 종교로 생각하며 적극 탄압하면서 기독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신론(기독교)이 갈수록 팽창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낯선 자에게 호의를 베풀고, 죽은 자의 무덤을 돌봐주고, 경건한 생활을 하기 때문임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유대인들은 아무도 구걸하러 다니지 않고 저 불경스러운 갈릴리인들(기독교도들)이 자기들 종파의 가난한 자들 뿐 아니라 (다른 종파의) 가난한 자들을 돕는데, 우리들이 서로 돕지 않고 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이 말은 비시민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로마인들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율리아누스는 기독교가 이 점에서 자기들의 관습, 제도와 다른,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기독교는 시민과 비시민이 아니라 부자와 가난한 자로 나누었다. 물론 가난한 자의 출신 지역이나 그가 시민권을 갖고 있는가의 문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심지어 그가 기독교 신자인가 아닌가도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이렇게 기독교는 시민과 비시민으로 사람을 나누던 고대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가난한 자와 부자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으며, 부자들에게는 가난한 자들을 구제할 의무를 부여했다. 바로 이 점이 기독교가 놀라운 생명력을 가졌던 비결이다. 덕분에 고대 세계가 막을 내리고 중세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었다(120-121).
아무튼 참 재미있고, 재미있고, 재미있는 책이고...
역사는 지루한 이야기라고 믿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한 줄 요약: 정말 재미난 역사 이야기. 읽다보면 생각을 넓어지는 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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